Pain
준 (JUN)   |   20191011

'준 (JUN)' [Pain]

세월은 사람을 냉혹하게 만든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세월과 함께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상실이 사람을 냉혹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냉혹이란 무엇인가? 무감각이다. 사람은 세월과 상실을 겪으며 차가워지고, 동상과도 같은 무감각을 그 증거로서 얻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스스로 이를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자칭한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어른이란 곧 덜 아파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상실을 극복했다고 말하며, "이제 너도 어른이 됐구나" 같은 말들을 늘어놓곤 한다.

그러나 그것을 과연 상실을 극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무감각은 도피다. 동상의 무감각은 통증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억지로 내리눌러 시야에서 멀리 치워놓고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으니 나는 아프지 않다고 말하는 것일 뿐이다. 느껴지지 않으나 존재하는 통증은 상처를 곪게 만들고, 끝내는 도려내야 할 정도로 상처를 악화시킨다. 통증을 극복하는 방법은 통증을 무시하는 것 따위가 아니라, 똑바로 상처를 직시하고 통증을 인지해서 치료하는 것이다. 통증과 괴로움은 미숙의 전유물 따위가 아니라, 오히려 성숙의 증거인 것이다.

[Credit]
Produced by 김동준, MRSJ
Mixed by vidalowkey
Mastered by vidalow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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