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고양이도 안 보이는 걸
케찹과 머스타드   |   20200811

21세기 최고의 디핑소스 ‘케찹과 머스타드’의 [오늘따라 고양이도 안 보이는 걸].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내나 아내나 제 거동에 로직을 붙일 필요는 없다. 변해할 필요도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 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이 발길이 아내에게로 돌아가야 옳은가 이것만은 분간하기가 좀 어려웠다. 가야하나? 그럼 어디로 가나?"
-이상(李箱), <날개> 中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 우리는 둘 다 절름발이인 셈이다. 그동안 우리는 각자 어딘가 성하지 못한 다리로 점점 일그러져 가는 관계와 감정을 부여잡고 힘겹게 발걸음을 떼어 왔다.
그렇게 절름대며 기어이 걸어가던 경의선 책거리, 홍대를 지나서 상수역 맞은편까지, 잔인하게 익숙한 그 모든 곳들을 계속 절름대며 함께 걷기엔 너와 나의 감정의 골이 너무 가파르다.
비틀대며 걸어가던 이 밤의 거리에서 우리 앞에 차라리 고양이라도 하나 튀어나와 줬다면. 그랬더라면 우리는 그 예쁜 존재 앞에 멈춰 서서 잠시나마 절뚝거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서로를 향해 웃어 보일 수 있었을까?


야옹아, 오늘 같은 날 너는 대체 어디로 숨은거니? 난 이렇게 외로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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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Artist 정아현, 홍승상, VNDK
Produced and Mixed by VNDK
Guitar by 곽호윤
Mastered by Freecestudio
Artwork by 홍세원 (racoon)


01 오늘따라 고양이도 안 보이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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