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ltered sky
Gerda   |   20210716

“그리움은 존재의 혼란 속에서 나의 주관을 세계 전체와 구분 지어줄 수 있는 유일한 불빛이었다.”

태양은 우리가 더 큰 어둠을 향해 올라가거나 내려가기를 강요했다. 내 마음은 나선을 따라 소용돌이치며 철저한 고독의 심연에 내려앉았다. 이 심연은 진창이나 동굴 같은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어둠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새로운 어둠이었다.

이 안에서 나의 시간은 원형으로 흘렀다. 나는 우리가 어디에서 비롯되었고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느끼면서 그 시작과 끝 사이를 빙글빙글 돌기를 반복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내 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머리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으며, 나의 주관의 경계 마저도 점차 모호해졌다.

나의 의식이 지향성을 잃고 추락하자 나의 말과 관념들도 뿔뿔이 흩어졌고, 그것들은 이내 사막이 되어버린 들으로 스며들었다. 모든 것은 이전과 달라져 있었다. 이제 세계는 나의 주관과 여러 사물들이 각자의 시공간을 점유하는 현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게 되었다. 나는 거대한 하나의 붉은 덩어리인 세계를 보았다. 태양 아래에 흩뿌려진 나의 시선들은 내가 바라보는 세계와 같은 것이었다. 세계는 나의 주관이면서 동시에 나와 함께 복수를 형성할 수 없는 낯선 것들의 주관이기도 했다. 오직 나의 주관만이 나를 구성할 수 있었던 이전의 내 존재 방식이 의식의 추락과 함께 무너지면서, 나의 세계에는 거대한 혼란이 자리잡게 되었다.

하지만 이 암흑 속에서도 나는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새로운 어둠은 연민이나 슬픔 같은 감정에서 탄생한 그리움이 아니라, 오직 대상 없는 순수한 그리움만이 자리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내 마음 속 그리움의 대상은 시간에 쓸려 마모되고 부스러졌으나 그리움 그 자체만은 여전히 대상을 잃은 채로 남아 나의 주관이 매개되고 영혼이 귀속된 흔적이 되어 주었다. 그리움은 존재의 혼란 속에서 나의 주관을 세계 전체와 구분 지어줄 수 있는 유일한 불빛이었다. 그리고 그 불빛을 중심으로 나의 의식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Credit]
Music by Gerda (Dongwoo Kim, Geonho Kim, Jaeuk Koo, Jihwan Chun)
Recording, Mixing and Mastering by Tardis Recording Studio
Vocal By Dongwoo Kim
Bass By Geonho Kim
Keyboard by Jaeuk Koo
Drum by Jihwan Chun
Chorus by Dongwoo Kim, Jaeuk Koo, Wonseok Jang
Artwork by Inha Jeong


01 Sheltered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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