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ume de Remini…
Dizzle (디즐)   |   20210826

향수에 젖은 얼굴이 낯설다. 무얼 생각하듯 풀린 동공과 벌어진 입가, 턱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가 미적지근했다.

 찰나의 감각이 선명한 기억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차가운 물 속에 재차 얼굴을 담그고, 두 손가락으로 힘껏 코를 막아봐도 짙은 향내가 쉬이 가시질 않았다.

 처음은 가벼웠다. 그래서 금세 사라질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베르가못이 아니었다. 그럼 꼭 은은하게 곁을 맴도는 것이 라일락을 닮았나.

 익숙한 잔향에 뒤를 돌아보았을 때, 내가 알던 뒷모습이 아님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떨어뜨리고야 말았다. 실망감과 안도감 사이에서 나는 한참을 표류했다.
 
 오늘을 망치고 내일마저 얼룩지게 될 것을 알면서도, 도무지 미워하거나 피할 수 없다. 똑바로 마주하는 것조차 힘겨운 순간을 넘기면서, 문득 떠오르는 창백한 낯에 별안간 눈을 감았다.

 순수하게 그의 전부를 사랑했던 날들이 있었다.




(작가 김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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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오래되어 바래버린 짧은 기억들이 뭐가 그렇게 예쁘다고 아직도 너를 잊지 못할까.

 순간을 스쳐간 너의 향은 나를 유일히 맴도는 영원이 되었다.

빛나는 너가 어둠으로 가득 찬 것을 알고 나서도,
나는 끝내 너를 떠나지 못했다.
나의 새벽을 사랑하는 것보다는 너의 새벽을 사랑하는 것이 쉬웠다.

 순수하게 누군가의 전부를 사랑했던 날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향을 여전히 잊지도, 잃지도 못한다.

 나에게는 선명히 남아 있는 추억의 조각들이,
너에게는 기억의 먼 저편에서 유영하는 조각배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아직도 헤엄치는 그 날의 온도는 내 안에서 쉽사리 흐려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너의 겨울이 끝났는데도, 너의 봄이 시작되었는데도,
나는 너의 향으로 달큰한 추운 여름 안에서 오지 않을 가을을 기다린다.
나의 여름 밤은 온통 별을 닮은 너로 반짝였다.
과거에서 온 항성의 빛은 아직도 내 하늘에 아프게 담겨서 아스라이 선회한다.
 
 우리의 시차는 너무나도 달랐다.
그 간극을 좇아 헤메이던 하루들이 모여,
너와 닿는 우연을 간절히 바라는 오늘이 되었다.



 순수하게 너의 전부를 사랑했던 날들이 있었어.




(Dizz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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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zzle 2nd Digital Single [Perfume de Reminiscence]


[Credits]
Excutive Producer: Dizzle(디즐)

Composed by Dizzle(디즐), 조상재
Arranged by Dizzle(디즐)
Lyrics by Dizzle(디즐), 조상재
Vocal by Dizzle (디즐), 조상재
Background Vocals by Dizzle(디즐), 조상재
Recorded by 조상재
Mix & Master by ddank
Cover Art Design by 김민준
Special thanks to 김서안


01 향수 (Perfume) (Feat. 조상재 of MellowSleep)
02 향수 (Perfume) (In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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