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e
Gerda   |   20210930

“감히 내가 품을 수 없는 당신이라는 무한한 실재가 나를 향해 서 있었음을 나의 그리움이 증언하고 있었던 것이다.”

의식이 항상 지난 시간을 향해 달려가는 것과는 달리 당신은 언제나 미래의 한 점에 못박혀 있다. 나는 당신의 현존과 부재가 양자택일이 가능한 두 개의 항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의 모습이 밤하늘을 등진 채 나를 바라볼 때 나는 곧 돌아올 당신의 부재를 두려워하였고, 당신이 잠든 낮에는 현존하던 당신의 모습을 그리워하였다. 당신의 부재가 두려웠던 까닭이 내가 당신을 바라보지 못함에 대한 상실감 때문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 부재가 영속적인 상태가 되었을 때 나를 실로 고통스럽게 한 것은 나를 바라보는 이 없는 황막한 세계 그 자체였다. 시간의 흐름 외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 외에는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하는 주관의 세계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신을 끝없이 상기하는 것뿐이었고, 당신을 향한 나의 그리움은 원망과 분노, 좌절 따위와 뒤섞여 몸서리쳤다. 그러나 당신의 부재를 되뇌기를 반복할수록 그것은 나의 세계 밖 당신의 현존을 더욱 선명하게 가리켰다. 현존과 부재가 당신의 실존이라는 하나의 현상에 대한 두 가지의 계기로 내게 다시 주어졌을 때, 나는 모든 사유와 감각을 가능케하는 지평으로서의 당신을 발견했다.

내가 당신과 처음 조우했던 그 때, 찬란하게 나를 향해 쏟아져 내리던 당신을 마주하던, 시간마저 얼어붙은 듯 고요하고 거룩하던 겨울 어느 밤이 우리가 하나의 관계성 속에 놓여 있던 유일한 시간이었음을 나는 이제 이해할 수 있다. 우리의 관계는 당신이 나를 바라볼 때만 성립하는 온전한 현재의 영역임을, 그 외의 모든 순간은 나의 의식 속에 잠든 당신의 흔적에 대한 나의 회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하여 당신은 과거를 향해 선 나를 미래로 이어주는 모든 지금의 총체임을 이제서야 나는 먼 길을 돌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려고 한다. 내가 사랑한 것은 나의 의식 안에 남은 당신의 흔적이었다. 당신은 거대한 바다와 같이 끊임없이 일렁이며 나에게 밀려들어오고, 내 주관의 경계와 맞닿아 부서지며 자취를 남겼다. 나는 이 자취를 따라 한 번도 가진 적 없던 당신의 실존을 그리워할 수 있게 되었다. 감히 내가 품을 수 없는 당신이라는 무한한 실재가 나를 향해 서 있었음을 나의 그리움이 증언하고 있었던 것이다.

[Credit]
Music by Gerda (Dongwoo Kim, Geonho Kim, Jaeuk Koo, Jihwan Chun)
Recording, Mixing and Mastering by Tardis Recording Studio
Vocal By Dongwoo Kim
Bass By Geonho Kim
Drum by Jihwan Chun
Keyboard by Jaeuk Koo
Artwork by Inha Jeong


01 The Sh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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