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월동
Tickhey (틱헤이)   |   20170403

[’신월동’ 제작노트]


 


신월동은 서울의 서남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작은 동네입니다. 결혼을 하며 완전히 떠나오기 전까지 쭈욱 살았지만, 그곳은 늘 제게 아련하지만 무언가 답답한, 왜인지 늘 벗어나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신월동’을 만든 날은 아마도 콜트의 Earth-100eq라는 중고 통기타를 사온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 다음날인지 며칠 후 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건 ‘신월동’은 거의 한번에 작사 작곡과 녹음이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여느 때처럼 작업실에서 혼자 띵까띵까 하며 놀다가 갑자기 SM58 마이크 한 대를 주니어 드럼의 스네어 드럼 쪽에 대고 브러쉬 스틱으로 8분의 6박자로 한 곡을 뚝딱 연주해 버렸습니다. 그 다음 새로 사온 낯선 통기타를 잡고 line in 으로 연결해서 코드 스트로크를 또 한 번에 덧입혔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dame의 폴앤폴 150 베이스를 잡고 두 번인가 세 번 만에 베이스 녹음까지 마쳤는데 베이스는 늘 자신이 없었지만 그때까지 만든 곡 중에 가장 맘에 드는 베이스 라인을 연주 해낸 걸 곧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마술 같은 순간 이었습니다. 그렇게 곡의 뼈대가 20분 정도 만에 단숨에 만들어지고 녹음까지 완료 되었습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거기에서 도저히 아무런 진전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멜로디를 붙이고 다른 악기를 넣어보려고 해도 맘에 들지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신월동`은 ‘Romeo’라는 당시의 별 생각 없이 지은 프로젝트 파일명인 상태로 잊혀져 갔습니다.


 


그리고 한 두 해 후 사정이 있어 신월동 옆에 있는 친형의 신정동 집에 얹혀 살게 되었습니다. 환경이 바뀌어서인가 어느 날 밤 갑자기 멜로디가 생각나 거의 한번에 녹음을 마쳤습니다. 가사 또한 그 한번의 녹음 때 입에서 나오는 대로 부른 것이 무척 마음에 들어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지요. 거기까지 녹음한 다음 키보드와 기타 솔로를 더했는데, 기타 솔로는 당시에 심취해있던 ‘故김현식‘ 3집 앨범에 담긴 기타리스트 ‘김종진’ 님의 연주와 톤이 큰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모든 파트가 막힘 없이 어떤 느낌에 따라 거의 한번에 녹음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룻밤 동안 모든 작업을 마치고 한동안 무척 이상하고 신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부른 가사를 찬찬히 받아 적어 보니 두서 없는 내용이었지만, 늘 제가 가슴속에 가지고 있던 신월동 좁은 골목길의 풍경과 그 분위기가 그대로 담긴 듯 했습니다. 그렇게 ‘신월동’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이 되었습니다.


 


신월동은 서울의 서남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제가 자란 동네입니다. 서울 사람들도 신월동을 잘 몰랐고 저희 반 애들도 저를 잘 몰랐지요. 그런 흐릿한 동네에서 저는 흐릿한 사람으로 자랐습니다. 이 노래는 그런 저의 흐릿한 기억들에 관한 노래입니다.


- 2017년 3월 27일 Tickhey -


 


- Staff -


드럼, 베이스, 기타, 키보드, 보컬, 믹스, 마스터링 : TIckhey


커버사진 : Freddie Ramm (pixels.com)





01 신월동
02 신월동 (Accustic M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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