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wis wang is so …
UNUSUAL (언유즈얼)   |   20170904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10개의 음악, 하나의 음반.

[Lewis Wang is so UNUSUAL.]

 

‘쇼미더머니의 바깥’, ‘홍대 밖 힙합’, ‘로컬 씬’.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한국 힙합 위에 떠다니는 문장들. '루이스 왱(Lewis Wang)'은 앞서 언급한 세 문장을 모두 충족하는 래퍼다. 본인을 ‘수완지구 얼룩말’로 소개하던 '언유즈얼(UNUSUAL)'때부터, '루이스 왱'으로 이름을 바꾼 지금까지 그는 계속해서 오식스투—OSIXTWO, 광주의 지역번호 062에서 착안한 콜렉티브—를 외쳤고, 본인이 사는 지역인 광주의 수완지구를 가사에 집어넣었다. “수완지구 얼룩말”에서 ‘개나 소나 Rapper? 난 Game Over하고 기지개 켜고 하품”이라고 말하며, 본인의 울타리 바깥을 지루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러한 장치들은 본인과 다른 래퍼들을 분리하기 위한 지점이다. ‘언유즈얼’이라는 그의 이름처럼 말이다. 이 때문에 [Lewis Wang is so UNUSUAL.]을 듣기 전에 그가 발표한 두 개의 싱글, “수완지구 얼룩말”과 “얼룩말 울음소리”를 들어봐야 한다. 이 EP에는 '루이스 왱'이 다른 래퍼와는 다름을 증명하고, '언유즈얼'이 '루이스 왱'이 되어가는 몇 년간의 과정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Lewis Wang is so UNUSUAL.]은 '루이스 왱'의 자아다. 도입부 “scream”부터 감정 기복을 기록한다. “Recycling for kids”에서 밝히는 반복감, “Foreigner”에서 교집합에 속하지 않는 이의 이질감, “UNSINKABLE on my cockpit”에서의 '언씽커블(UNSINKABLE)'과의 협업에서 오는 자신감 등, 음반의 모든 요소가 '루이스 왱'으로부터 시작한다. 시작은 다시 시작으로 향한다. 자신의 생각을 전시하는 '루이스 왱'의 가사는 스스로 되묻는 과정에서 생겨난 다른 생각과 의문을 늘어놓는다. 이 과정을 집약하는 비유는 담배다. 불을 붙이고 빨아들인 뒤 뱉고, 불을 지져 끄는 담배처럼, 음반 속 '루이스 왱'은 반복을 통해 외부와 본인을 분리한다. 실제로 음반에는 “scream”에서 상상을 위해 ‘담배 연기 폐 깊숙한 곳까지 입장할 수 있게끔’ 담배를 피우고, ‘Yellow보단 Gold’임을 보여주기 위해 뒤의 문장에 말보로 골드를 대치한다. 그 외에도 담배에 기대는 음악적 비유를 여러 번 찾을 수 있다.

본인의 감정을 기록했지만, 재밌게도 음반에는 명확한 내용이나 겨냥하는 대상이 없다. 여타 한국 힙합처럼 재화를 탐닉하지도, 특정 인물을 향한 구애하지도 않는다. 대신에 극락, 유토피아, 우주처럼 구체적이지 않은 개념을 쫓는다. 이를 쫓는 과정은 ‘육체가 걸레가 돼도’라고 표현할 정도의 고행이지만, 음반의 뒤로 갈수록 그가 꿈꾸는 예술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정으로 표현된다. 구애에 가까운 곡 또한 있기는 하다. 보너스 곡 “Sayonara”는 특정한 존재를 향한 감상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곡 안에서 대상의 특징이나 형태는 드러나지 않는다. 이 곡은 하나의 판박이 표현이 된 커먼(Common)의 “I Used To Love H.E.R”처럼 힙합을 의인화한 걸 수도, 그가 연애 감정을 품은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모두 추측일 뿐 '루이스 왱'이 대상을 밝히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이렇게 모호한 표현들의 연속은 퍼즐 조각이 하나씩 맞춰져 완성되는 순간을 좋아하는 이들은 답답함을 호소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모호함은 [Lewis Wang is so UNUSUAL.]을 여타 한국 힙합 음반과는 다른 명확한 음반으로 만든다. '루이스 왱'이 기존의 문법과 다른 이야기와 형태로 음반을 구성함으로써, 멀리 동떨어진 단 하나의 음반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재밌게도 모호한 '루이스 왱'의 이야기와 달리, '언씽커블(UNSINKABLE)'이 만든 비트는 확실하다. 세계적 추세인 트랩 사운드, 유행과는 다르다는 특별함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하는 90년대의 색채는 없다. 대신에 '제이 딜라(J Dilla)'로부터 시작한 LA 비트 씬이 즉각 떠오른다. 음악가 아프타원(AFTA-1), 블랙 밀크(Black Milk),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 레이블 브레인 피더(Brainfeeder)가 이끈 이 스타일은 레프트 필드의 전자음악과 언더그라운드 랩이 결합할 수 있는 최적의 형태였다. '언씽커블'이 겨냥하는 지점도 비슷하다. 플라잉 로터스가 래퍼와 함께할 때 그랬듯이, 그는 마모가 완전히 되지 않은 거친 질감의 샘플과 베이스의 루프를 음반에 헌정한다. 간결하면서도 빈 것처럼 들리지 않게 꾹꾹 눌러 담은 소스들은 래퍼의 목소리와 만나며 듣는 이의 집중도를 곡의 깊숙한 곳까지 끌어들인다. '언씽커블'의 음악에 담긴 의도가 확실한 덕분에 '루이스 왱'의 목소리는 더욱 단단한 심지를 얻는다.

[Lewis Wang is so UNUSUAL.]에서 유일하게 '루이스 왱'이 목소리가 담기지 않은 “something else is coming. (Outro)”을 지나면, 유일하게 '언씽커블'의 손이 닿지 않은 “scream (Jeremiah Jae Remix)”가 흘러나온다. 제레미아 재가 만든 이 곡 또한 마찬가지로 LA 비트 씬의 향취를 품지만, '언씽커블'의 곡보다 더욱 격동적으로 움직인다. 리믹스가 끝난 후에는 듣는 이는 음반에서 가장 묵직한 순간을 맞이한다. '길티 심슨(Guilty Simpson)'과 '어글리 덕(Ugly Duck)'의 묵직한 목소리와 “h-o-o-r-a-y”의 꽉 막힌 베이스가 만나고, '루이스 왱'의 끈적한 랩을 듣고 난 후엔, 힙합과 랩이란 장르에서 으레 추구하는 어떠한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똑같은 곡에서 '루이스 왱'이 아닌 다른 이의 목소리가 올라가더라도, 원곡이 가지는 느낌과 쾌감을 완벽히 전달한다는 점에서, '언씽커블'은 굉장히 좋은 프로듀서이자 감독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이 음반이 '언유즈얼'이 '루이스 왱'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음반이라고 말했다. 음반 속 '루이스 왱'은 변한 점도, 변하지 않은 점도 존재한다. '루이스 왱'은 여전히 광주와 수완지구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곳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언유즈얼'이 ‘수완지구’라는 특이성에 본인의 콘셉트를 위탁했다면, '루이스 왱'은 본인 자신의 세계관을 음반에 투영한다. 같은 광주 출신인 '어글리 덕'을 참여시키면서도 굳이 광주를 언급하지 않고, '길티 심슨' 또한 특별히 지역에 관한 이야기를 넣지 않는단 점에서 이 음반은 일종의 졸업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그러면서도 '언씽커블'과의 호흡은 여전하다. 다양성을 찾은 래퍼와 자신이 잘 하는 걸 더욱 잘 다듬은 프로듀서가 오랜 시간 함께 하며 얻을 수 있는 최상의 화학적 효과를 경험할 수 있는 음반. 그렇게 [Lewis Wang is so UNUSUAL.]은 완성됐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음반. 길게 늘어놓은 이 글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이렇게 쓸 수 있지 않을까.

 

글 ㅣ 심은보(HIPHOPLE, VISLA Magazine) 에디터





01 cream
02 UNSINKABLE on my cockpit
03 h-o-o-r-a-y
04 recycling for kids
05 Foreigner
06 who is the Lewis Wang
07 something else is coming. (Outro)
08 scream (Jeremiah Jae Remix)
09 h-o-o-r-a-y Remix (Feat. Guilty Simpson, Ugly Duck & DJ Wegun)
10 sayonara (Bonus 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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