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 Nothing
하이틴팝스 (Hi-Teen P…   |   20190722

'하이틴팝스' [Feel Nothing]

어릴 때부터, 20년 정도 나의 방을 가지고 살았다고 생각해보자. 벽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고, 방 안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돌아다니지만 나는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내방의 물건을 찾으려면 쉽지 않을 것이다. 따로 숨기지는 않았지만 내 방식대로 두었기 때문이다. 하이틴팝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냥 그런 배경이 떠오른다.

언제부턴가 “장르에 얽매이지 않았다”라는 말들을 습관처럼 사용한다. 사실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새로움을 표현하고 싶은데 딱히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밴드에 대입해보자. '하이틴 팝스'는 개러지 혹은 얼터너티브 밴드이다. 뭐 어떻게 부르든 단어가 주는 진부함과 피곤함은 음악까지도 지배해버린다. 그리고 예전에 줄줄 외우고 다니던 밴드들 음악이 어땠는지 조차 가물가물하다.

사람들은 새로운 단어를 찾아 떠돌아다닌다. 단어의 깊이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그 단어를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니까 말이다. 나 또한 그렇다. 그래도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하이틴팝스가 귀에 들어왔다. 하나의 프레이즈 정도라고 생각되는 짧은 두 곡이지만, 아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음악을 듣다 보니 존재하지도 않은 나의 방이 문득 만들어져 버렸다.

P.S 데모 버전의 3곡(공개처형, Taiwan Boy, Feel Nothing)의 노래는 테이프로 실린다. 테이프는 데모 음악에 최적화된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음악이 마음에 들었다면 구해서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hate park

[Credit]
Produced by 하이틴팝스 (Hi-Teen Pops)
Recorded by 천학주 (Mushroom Recording Studio)
Mixed by 천학주 (Mushroom Recording Studio)
Mastered by 강승희 (Sonic Korea)
Artwork by @__tree13_ (나무13)
Review by hate park
Video by Tennis Young

Hi-Teen Pops are
이즈노 (Guitar/Vocal), 김기원 (Bass/Voice), 이정열 (Drum/Percussion)


01 Feel Nothing
02 I W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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