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클럽 이어폰
이오웅   |   20190814

'이오웅'의 첫 번째 미니앨범 [인스턴트 클럽 이어폰]

간단하고 편리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야기하는 사람들. 나아가 그런 것은 나쁘다 외치는 사람. 그들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걸까. 쉽고 빠른 것 이면에 있는 것을 설명하려는 걸까. 아니면 간편의 해악에 관해 설교하려는 걸까. 어느 쪽이 되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지겨운 이야기임은 틀림없다. 그들이 말하는 부정적인 면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그간 익히 들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정도를 넘어 넌더리가 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즉각적인, 즉석의 행위는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아쉽기만 할까. 그 행위들이 그렇게 아쉽다면 그것이 언제쯤 되어야 그리고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올라야 그들은 만족스럽다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좁은 방에서 춤을 다. 우리에겐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여겨질 때가 많다. 가끔은 가득 찰뿐더러 넘치기도 해 어쩔 줄 몰라 창문을 열어버린 적도 있다. 그런데 부족하다니, 언제나 부족한 우리 생활에 이 정도의 도움이면 그럭저럭 좋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훌륭하다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당신의 표정을 확인해 보라. 혹 당신이 불편한 기색을 자신도 모르게 내비치고 있었다면 가급적 자제해 주기를 당부한다. 당신이 주위로부터 한심하게 보여 비웃음을 사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 아마 당신은 분에 넘치는 세상이라며 소리치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미 진작에 너는 뭐냐고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그쯤 해두고 이제는 정말 인지상정에 관한 오해를 풀어야 할 때다. 우리는 보통의 마음을 갖고 사는 사람을 볼 수가 없다. 형편 따라가는 마음 너머에 보통이 있는가. 제 형편을 지독하게 제 것이라 우기기 바쁜데 다른 이의 형편을 보아야 무엇 할 것인가. 이와 동시에 마주쳐야만 하는 얼굴들은 또 어떻게 견딜 것인가. 우리는 언제고 환상을 필요로 한다. 지겨운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따져 드는 것은 낡은 일이다. 뒤엉켜 구르고 더러워져 가며 살아가는데 무슨 정신이 어디 있는가. 정신없이 차례를 기다리다가 혹은 어기다가 끝이 난다. 그러니 제발 함께 즐겨주기를 바란다.
…...
자유 한국 힙합은 조직화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지나고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 머쓱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최후의 보루는 당신의 이어폰이다.

제작/작사 이오웅
작곡/편곡/믹스/마스터 rxk
미술/투자 윤오


01 인스턴트 클럽 이어폰
02 긍정 공장
03 행복 회로
04 빚의 찬미 2
05 빨리 많이
06 미명
07 코네티컷
08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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