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이 부서져라
임정득   |   20210329

민중가수 임정득의 고요한 자기 고백, [산산이 부서져라]

"쉽게 와닿지 않는 제목을 가진 이 시를 한참 들여다보았습니다. 뭐가 그리 두려운지 머뭇거리며 재고 망설이는 내가 보였습니다. 얇게 졸아든 요즘의 마음이 들킨 것만 같아 뺨이 뜨거워졌습니다. 사랑과 투쟁으로 삶을 엮어가는 사람들을 좇고자 하면서도 익숙하고 안전하며, 적당한 선에 기대려는 내 삶의 태도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시는 내 어깨를 도닥이며 말했습니다. 부서지고 깨어져 마침내 먼지가 되더라도, 너는 있는 그대로 아름다울 것이라고요. 그러니 마음이 이끄는 선택을 하고, 한계를 마주하라고요. 이제 용기를 내어 오래된 두려움과 친해질 순서가 온 것 같습니다. 이윽고 따뜻한 봄볕을 맞이하든 먼지가 되든 내가 할 일은 나 자신을 힘껏 껴안는 것뿐입니다. 이런 생각을 다지며 노래를 짓고 불렀습니다."

-임정득



조영관 유고시집 ‘먼지가 부르는 차돌멩이의 노래’에 수록된 동명의 시가 임정득의 목소리로 새롭게 빚어졌다. 2018년 발표된 '세상 속으로'에 이어 해당 시집에서만 두 번째 작업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또는 '다른 삶은 없어'라며 스스로 규정해온 한계선을 이제는 벗어나고 싶다는 의지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임정득의 나지막한 고백으로 시작해서 산산이 부서지겠다는 담담한 결의로 매듭지어지는 구성을 따라가다 보면 이 시노래가 말하려는 바에 닿게 된다. 당신 자신의 삶을 단단하게 살라는 것. 우리는 알고 있다. 남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쉽게 그럴듯해 보이기 위해, 그저 익숙한 것만 하기 위해, 작은 대가도 치르지 않기 위해 중요한 선택을 외면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을. 하지만 이 노래는 '왜 부딪혀 나아가지 않느냐'며 이유를 묻기보다, 그 이면에 숨은 두려움과 망설임을 감싸 안아주려 한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면, 그것이 먼지라도 아름답다고 역설한다. 어쩌면 먼지처럼 더는 부서질 수 없는 상태야말로 가장 자기다운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Credit]
작사(시): 故 조영관. 『먼지가 부르는 차돌멩이의 노래』
작곡: 임정득
편곡: 주희숙
믹싱, 마스터링: Re Studio
디자인: 살구


01 산산이 부서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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