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헌’ [서로를 알기 전으로 돌아가는 거예요(With 신예빈)]

그 사람이 나와 모르는 사이가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 구름에서 비가 아니라 구름이, 차라리 하늘이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로 사랑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 물었더니, “서로 알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답했다. 이미 알았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나. 잔인한 시간이었다. 끝남을 알고도 끝낼 수 없었고, 사랑을 알고도 사랑할 수 없었다.

그때는 그 말들이 미워서 덥석 연을 끊었다. 사막에서 홀로 이렇게 긴 시간을 떨어야 할 줄은 물론 알지 못했다. 오아시스가 아니라 차라리 큰 구멍이 내 세상을 빨아들였으면 하고 바라며 꾸역꾸역 걸어왔다. 걷다 보면 누구라도 보일까 하고, 그러다 보면 하얗게 잊을까 하고. 무의식적으로 바다를 향해 기어간다는 달팽이처럼, 나도 무의식적으로 덜 아픈 어딘가로 기어가지 않을까 하고.

[Credit]
Composed by 박명헌
Lyrics by 박명헌
Arranged by 박명헌
Vocal by 신예빈
Piano by 이초은, 유병익, 박명헌
Mixed & Mastered by 김창욱 @PLEC SOUND
Artwork by Gabriel Guerrero Caroca

[M/V Credit]
Director 최기수 @AIRBORN
Assistant director 최지수
Actor 박명헌



01 서로를 알기 전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With 신예빈)